Het : view
02.
02.
Ahn Sung Hwan I 안성환
An Ordinary Person's Extraordinary Survival Diary
평범한 사람의 평범하지 않은 생존일기
"I acknowledge that I'm not someone with a unique identity; rather, I tend to highlight that aspect in my work."
“저는 제 스스로가 정체성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고, 오히려 그 부분을 내세워 작업을 하는 것 같습니다.”
We find ourselves in an era where personal branding has transitioned into the age of individualized media. On social platforms, individuals have seized control, pouring their unique stories, not merely expressing themselves but also capitalizing on it. Initially designed for self-expression and communication, these platforms have morphed into arenas showcasing idealized personas rather than genuine selves. In the pursuit of more provocative content, there seems to be no room for the 'ordinary' amidst this hyper-individualistic trend. Artist Ahn Sung Hwan, shuttling between Korea and the Netherlands, creates so-called ‘survival tools’, intertwining everyday elements with survival in this hyper-individualistic society. Through installations and life performances, he delves into the struggles of profoundly ordinary individuals.
우리는 자기 PR 시대를 거쳐 바야흐로 1인 미디어의 시대를 살고 있다. 소셜 미디어 상에는 개개인이 미디어의 주체가 되어 자신만의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고, 단순히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로부터 수익을 생산해 낼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 자신을 드러내고 소통을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소셜 플랫폼은 어느샌가부터 진솔한 자신의 모습보다는 이상적인 모습으로 꾸며진 가상의 자아를 뽐내는 장기자랑의 현장이 되었다. 고통의 역치를 끌어올리듯 더욱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쫓는 트렌드 속에 ‘평범한’ 개인이 설 자리는 없다. 한국과 네덜란드를 오가며 이른바 ‘생존도구’를 생산해 내는 작가 안성환은 이러한 신 자유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해 줄 만한 일상적인 것들을 생존에 결부시켜 지극히 평범한 개인의 투쟁의 역사를 설치 및 라이프 퍼포먼스 등을 통해 다루고 있다.
It is not a coincidence to encounter Ahn's work for the first time not in a gallery but on a social platform. It was an image of a large billboard in a serene park in Breda, surrounded by trees. The billboard displayed the face of an East Asian man wearing a Pink Panther headband, alongside the bold slogan 'Nice Ahn, Nice Artist!' and contact information. This conspicuous billboard, disrupting the park's tranquility, instantly captivated passersby. Various reactions poured in via the provided phone number, ranging from requests for removal due to its unsettling nature to messages of support for the artist and curious inquiries. The person on the billboard was none other than the artist himself. The post aroused curiosity of the artist, intrigued by this bold self-promotion and the buzz it generated.
작가 안성환의 작품을 갤러리가 아닌 소셜 미디어상에서 처음으로 접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수목이 우거진 브레다의 한 공원에 걸린 대형 광고판. 그 광고판에 실린 것은 핑크팬더 캐릭터 헤어밴드를 한 어느 동양 남성의 얼굴과 ‘Nice Ahn, Nice Artist!’이라는 직접적이고도 의도가 분명해 보이는 캐치프레이즈, 그리고 이 남성의 연락처다. 한적하고 평화로운 공원의 적막을 깨듯 등장한, 범인이 보기에는 충분히 거슬릴 수 있을 법한 이 대형 광고판은 단숨에 주변 시민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보기 흉하니 당장 치워달라는 사람부터, 작가를 향한 응원의 메시지, 그리고 단순한 호기심이 섞인 질문까지 가지각색의 반응들이 광고판 하단에 남겨진 전화번호를 통해 전달되었다. 그 광고판 속 인물은 바로 작가 안성환 본인이었다. 이렇게 재기 발랄하고 당차게 자기 자신을 어필하면서, 동시에 많은 이야깃거리를 생산해 내는 아티스트는 어떤 사람일지, 그가 궁금해졌다.
아직은 겨울 기운이 멀게만 느껴지던 청량한 10월의 어느 날, 아인트호벤의 작업실에서 안성환을 만났다. 작가가 개인적으로 “초록색 마당이 보이는 창문에 굉장한 애착”을 가지는 이 공간은 언뜻 보기에는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 여느 아티스트의 작업실 같아 보이지만, 책상 한편에 놓인 ‘안성환’ 환조흉상과 플라스틱 박스를 한가득 채운 대량 주문한 라텍스 ‘안성환’ 풍선이, 문 뒤편에 걸린 ‘안성환’ 프린트 티셔츠가 이 공간의 소유주가 누구인지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마치 자의식 강한 10대의 방에 들어온 느낌이다. 안성환 작가의 작품들은 작가 본인의 이미지 혹은 자신의 부산물을 재료로 삼아 만들어졌다. 자신의 얼굴을 본떠 만든 라텍스 풍선은 2019년 대량 생산하여 (Ejaculation series: Mass Production, 2019)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하여 설치물로 완성시키거나 (My Temporary Things, 2022) 퍼포먼스로 (Blow me up, 2020) 재탄생되었다. 브레다의 빌보드에 걸린 사진은 다시 한번 티셔츠 뒷면에 인쇄되어 판매 중이다. (My Walking Billboard, 2022) 현재 작가는 본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티셔츠를 입고 자신을 광고해 줄 Performer를 모집 중이다.
My Temporary things (2022)
Sculpture
20 of Ahn-shaped balloons, The breath from Ahn
2,000 x 2000 x 2000 (mm)
©Studio Ahn Sung Hwan
Seoul Ejaculation (2023)
Live performance/ Props
Ahn Sung Hwan plaster head
Size variable (00:06:50)
Seoul, South Korea/ Kote
©Studio Ahn Sung Hwan
View the performance here.
The message conveyed through Ahn's work might easily be interpreted as narcissistic, but the artist claims quite the opposite. "Under no circumstance do I consider my face as a valuable material. I create plaster statues of myself, dragging them through the streets or smashing them. I even turn my scent into an unremarkable fragrance to share with people. The balloons resembling my face are also made from cheap materials. Instead of protecting myself with excessive self-love, I aim to show how in this contemporary era of late capitalism and hyper-individualism, individuals struggle to survive by sacrificing their own images."
작가 안성환의 작품에 담긴 메시지를 흔히들 나르시시즘 적으로 해석하기 쉽지만, 작가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말한다. “저는 어떠한 경우에도 제 얼굴을 값비싼 재료로 만들거나 가치 있게 여기지 않습니다. 제 모습으로 석고상을 만들어 길거리에 끌고 다니거나 때려 부수기도 하고, 저의 체취를 흔한 향으로 만들어 사람들과 공유하기도 합니다. (제 얼굴을 본뜬) 풍선도 마찬가지로 값싼 재료로 만들어졌고요.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제가 저를 과잉된 자기애로 보호하기보다는 오히려 저의 이미지를 희생시킴으로써 동시대 개인이 후기 자본주의와 신 자유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치는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When Ahn sees his own portrayal within his artworks, he doesn't see a reflection of himself but rather envisions it as a representation of a universal 'human' archetype rather than his personal identity. This realization became more evident during the extraction of scented essence used in various artworks (Sweet! (2023), liquid love (2021), wear me (2021)). Despite expecting a distinct aroma due to his usually potent scent, the extracted fragrance turned out neither unique nor strong. In fact, the essence sampled from Ahn's creations had a surprisingly light fragrance, resembling an everyday scent rather than meeting any predetermined expectations.
실제로 작가는 자기 작품에 투영된 자신의 모습을 볼 때, 작가 안성환 본인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보편적인 ‘종’으로서의 ‘인간’을 대표하는 상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이러한 점은 여러 작품 (Sweet! (2023), liquid love (2021), wear me (2021))에서 사용된 그의 향 에센스를 추출하면서 오히려 명확해졌다고 한다. 평소 체취가 남들보다 강하게 느껴졌기에 이러한 개성이 명확히 드러나기를 바라며 향을 추출하였으나, 막상 추출된 향은 그리 독특하지도, 강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실제로 필자가 맡아본 작가 안성환 에센스의 향은 기대 혹은 우려(?)와는 달리 매우 연했고, 어디선가 맡아본, 흔히 말하는 살냄새와 비슷한 향이었다.
Sweet! (2023)
Installation,
Ahn Sung Hwan perfume/ PVC liquid tank
7,500 x 6,000 x 3,400 (mm)
Seoul, South Korea/ Platform-L
ⓒ2023 Junyong Cho
View the exhibition here
liquid love (2021)
Live performance, Installation,
Soap with Ahn’s essential oil, water
Size variable (2days)
Eindhoven, The Netherlands/ TAC(Temporary Art Centre)
ⓒAlmicheal Fraay
View the performance here
wear me (2021)
Installation,
15 of dispensers, Perfume with Ahn's essential oil
4,000 x 500 x 500 (mm)
Eindhoven, The Netherlands/ TAC(Temporary Art Centre)
ⓒStudio Ahn Sung Hwan
View the exhibition here
"Much like the traits often associated with the Millennial and Gen Z generations, I've been encouraged to embrace my uniqueness right from the start. Many artists claim their distinct identities as a driving force in their artistic journey. Consequently, I've always asked myself, 'What really defines me? What makes me different?' However, I'm not gay, not a radical feminist, and I'm not overly fixated on the future of the planet. The more I reflect, the trickier it gets to pinpoint a distinct identity. So, I've come to acknowledge that I'm not exceptional and I've integrated this into my work. Hence, even though my face is prominently displayed in my art, it doesn't intricately convey my personal narrative."
“요즘 말하는 MZ 세대의 사회적 특징이 그러하듯, 저 또한 태어났을 때부터 나만의 개성을 가지라는 얘기를 들어오며 자라왔던 것 같아요. 많은 아티스트들이 고유한 정체성을 주장하고 그걸 무기 삼아서 작품생활을 하기에 저 또한 항상 강박적으로 ‘나의 것은 뭐지, 나의 고유한 것은 뭐지, 나는 남들과 뭐가 다르지’를 고민하면서 나만의 무기가 뭔지를 생각해 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은 게이가 아닙니다. 아직은 급진적인 페미니스트도 아니고, 지구의 미래를 너무나 걱정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이런 저를 돌아볼수록 오히려 뚜렷한 정체성을 규정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스스로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고 오히려 그 점을 내세워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얼굴이 작품의 전면에 드러남에도 제 개인적인 서사가 녹아 있지 않은 편입니다.”
At first glance, his artworks may seem unique and somewhat exaggerated, but they truly encapsulate the self-expression that everyone has pondered—the existential struggles of individuals navigating modern society. Perhaps that's why, despite his artworks portraying his own appearances, they resonate with many. Ahn Sung Hwan aims “not to incorporate elements from the past that have been overused or to portray uncertain futures into his works, but to capture the present through images and materials drawn from the present,” as he says. His image mirrors the present for all of us living in it. By sacrificing his own 'form,' he might represent us all. Moreover, for him, art isn't merely about creativity; it's a vital means of survival. The expression he uses, calling his own artwork 'survival tools,' feels almost painfully desperate. The artist intends to persist in 'surviving' by continuously 'sacrificing' his image. We eagerly anticipate the artist's next creation, exploring the limitless possibilities offered by OEM services.
얼핏 보면 독특하고, 조금은 과장되어 보이는 그의 작품은 사실 어느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 보았을 자아의 표현, 그리고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한 개인의 존재론적 고민을 담아낸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이 타인의 모습을 띄었음에도 다수의 공감을 끌어내는 게 아닐까. “과거에 반복적으로 언급되어 왔던 것들과 감히 짐작할 수 없는 미래를 작품에 녹이기보다는 현재의 이미지와 재료를 통해 현재를 포착하고자 한다”는 안성환의 말처럼, 그의 이미지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미지다. 어쩌면 그는 자신의 ‘꼴’을 희생시켜 우리 모두를 대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그에게는 작품활동이 그야말로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 되기에, 자신의 작품을 ‘생존도구’이라 일컫는 그의 표현은 처절하게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작가는 앞으로도 자신의 모습을 ‘희생’시키며 ‘생존’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OEM 서비스를 이용하여 앞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다는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저는 제 스스로가 정체성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고, 오히려 그 부분을 내세워 작업을 하는 것 같습니다.”
We find ourselves in an era where personal branding has transitioned into the age of individualized media. On social platforms, individuals have seized control, pouring their unique stories, not merely expressing themselves but also capitalizing on it. Initially designed for self-expression and communication, these platforms have morphed into arenas showcasing idealized personas rather than genuine selves. In the pursuit of more provocative content, there seems to be no room for the 'ordinary' amidst this hyper-individualistic trend. Artist Ahn Sung Hwan, shuttling between Korea and the Netherlands, creates so-called ‘survival tools’, intertwining everyday elements with survival in this hyper-individualistic society. Through installations and life performances, he delves into the struggles of profoundly ordinary individuals.
우리는 자기 PR 시대를 거쳐 바야흐로 1인 미디어의 시대를 살고 있다. 소셜 미디어 상에는 개개인이 미디어의 주체가 되어 자신만의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고, 단순히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로부터 수익을 생산해 낼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 자신을 드러내고 소통을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소셜 플랫폼은 어느샌가부터 진솔한 자신의 모습보다는 이상적인 모습으로 꾸며진 가상의 자아를 뽐내는 장기자랑의 현장이 되었다. 고통의 역치를 끌어올리듯 더욱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쫓는 트렌드 속에 ‘평범한’ 개인이 설 자리는 없다. 한국과 네덜란드를 오가며 이른바 ‘생존도구’를 생산해 내는 작가 안성환은 이러한 신 자유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해 줄 만한 일상적인 것들을 생존에 결부시켜 지극히 평범한 개인의 투쟁의 역사를 설치 및 라이프 퍼포먼스 등을 통해 다루고 있다.
It is not a coincidence to encounter Ahn's work for the first time not in a gallery but on a social platform. It was an image of a large billboard in a serene park in Breda, surrounded by trees. The billboard displayed the face of an East Asian man wearing a Pink Panther headband, alongside the bold slogan 'Nice Ahn, Nice Artist!' and contact information. This conspicuous billboard, disrupting the park's tranquility, instantly captivated passersby. Various reactions poured in via the provided phone number, ranging from requests for removal due to its unsettling nature to messages of support for the artist and curious inquiries. The person on the billboard was none other than the artist himself. The post aroused curiosity of the artist, intrigued by this bold self-promotion and the buzz it generated.
작가 안성환의 작품을 갤러리가 아닌 소셜 미디어상에서 처음으로 접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수목이 우거진 브레다의 한 공원에 걸린 대형 광고판. 그 광고판에 실린 것은 핑크팬더 캐릭터 헤어밴드를 한 어느 동양 남성의 얼굴과 ‘Nice Ahn, Nice Artist!’이라는 직접적이고도 의도가 분명해 보이는 캐치프레이즈, 그리고 이 남성의 연락처다. 한적하고 평화로운 공원의 적막을 깨듯 등장한, 범인이 보기에는 충분히 거슬릴 수 있을 법한 이 대형 광고판은 단숨에 주변 시민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보기 흉하니 당장 치워달라는 사람부터, 작가를 향한 응원의 메시지, 그리고 단순한 호기심이 섞인 질문까지 가지각색의 반응들이 광고판 하단에 남겨진 전화번호를 통해 전달되었다. 그 광고판 속 인물은 바로 작가 안성환 본인이었다. 이렇게 재기 발랄하고 당차게 자기 자신을 어필하면서, 동시에 많은 이야깃거리를 생산해 내는 아티스트는 어떤 사람일지, 그가 궁금해졌다.
Nice Ahn! Nice Artist! (2022)
PVC banner, 4500 x 7000 x 6000 (mm)
Zaart Park in Breda, The Netherlands
49m2 Project from Witter Rook
©Studio Ahn Sung Hwan
On a crisp October day that still felt far from the winter chill, we visited Ahn in his studio in Eindhoven. The space, where the artist personally holds a “deep affection for the view of the green yard through the window,” might seem like any other artist's studio at first glance. However, the studio's atmosphere was more reminiscent of an egoistic teenager's room, adorned with the 'Ahn Sung Hwan' bust, boxes filled with bulk-ordered latex 'Ahn Sung Hwan' balloons, and the 'Ahn Sung Hwan' printed t-shirt hanging at the back of the door. Ahn's artworks are crafted from his own image or derivatives of his persona. The latex balloons, molded in the likeness of his face, were mass-produced in 2019 (Ejaculation series: Mass Production, 2019) and used to create installations through various compositions (My Temporary Things, 2022) or underwent a rebirth through performances (Blow me up, 2020). The photo on Breda's billboard is now printed on the back of t-shirts for sale (My Walking Billboard, 2022). Currently, the artist is recruiting performers through his Instagram account to advertise himself by wearing these t-shirts.
PVC banner, 4500 x 7000 x 6000 (mm)
Zaart Park in Breda, The Netherlands
49m2 Project from Witter Rook
©Studio Ahn Sung Hwan
아직은 겨울 기운이 멀게만 느껴지던 청량한 10월의 어느 날, 아인트호벤의 작업실에서 안성환을 만났다. 작가가 개인적으로 “초록색 마당이 보이는 창문에 굉장한 애착”을 가지는 이 공간은 언뜻 보기에는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 여느 아티스트의 작업실 같아 보이지만, 책상 한편에 놓인 ‘안성환’ 환조흉상과 플라스틱 박스를 한가득 채운 대량 주문한 라텍스 ‘안성환’ 풍선이, 문 뒤편에 걸린 ‘안성환’ 프린트 티셔츠가 이 공간의 소유주가 누구인지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마치 자의식 강한 10대의 방에 들어온 느낌이다. 안성환 작가의 작품들은 작가 본인의 이미지 혹은 자신의 부산물을 재료로 삼아 만들어졌다. 자신의 얼굴을 본떠 만든 라텍스 풍선은 2019년 대량 생산하여 (Ejaculation series: Mass Production, 2019)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하여 설치물로 완성시키거나 (My Temporary Things, 2022) 퍼포먼스로 (Blow me up, 2020) 재탄생되었다. 브레다의 빌보드에 걸린 사진은 다시 한번 티셔츠 뒷면에 인쇄되어 판매 중이다. (My Walking Billboard, 2022) 현재 작가는 본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티셔츠를 입고 자신을 광고해 줄 Performer를 모집 중이다.
My Temporary things (2022)
Sculpture
20 of Ahn-shaped balloons, The breath from Ahn
2,000 x 2000 x 2000 (mm)
©Studio Ahn Sung Hwan
Live performance/ Props
Ahn Sung Hwan plaster head
Size variable (00:06:50)
Seoul, South Korea/ Kote
©Studio Ahn Sung Hwan
View the performance here.
My Walking Billboard (2022)
Live performance/ Props
Cotton 100% T-SHIRTS
S/ M/ L/ XL/ XXL
©Seok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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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performance/ Props
Cotton 100% T-SHIRTS
S/ M/ L/ XL/ XXL
©Seok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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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essage conveyed through Ahn's work might easily be interpreted as narcissistic, but the artist claims quite the opposite. "Under no circumstance do I consider my face as a valuable material. I create plaster statues of myself, dragging them through the streets or smashing them. I even turn my scent into an unremarkable fragrance to share with people. The balloons resembling my face are also made from cheap materials. Instead of protecting myself with excessive self-love, I aim to show how in this contemporary era of late capitalism and hyper-individualism, individuals struggle to survive by sacrificing their own images."
작가 안성환의 작품에 담긴 메시지를 흔히들 나르시시즘 적으로 해석하기 쉽지만, 작가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말한다. “저는 어떠한 경우에도 제 얼굴을 값비싼 재료로 만들거나 가치 있게 여기지 않습니다. 제 모습으로 석고상을 만들어 길거리에 끌고 다니거나 때려 부수기도 하고, 저의 체취를 흔한 향으로 만들어 사람들과 공유하기도 합니다. (제 얼굴을 본뜬) 풍선도 마찬가지로 값싼 재료로 만들어졌고요.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제가 저를 과잉된 자기애로 보호하기보다는 오히려 저의 이미지를 희생시킴으로써 동시대 개인이 후기 자본주의와 신 자유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치는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When Ahn sees his own portrayal within his artworks, he doesn't see a reflection of himself but rather envisions it as a representation of a universal 'human' archetype rather than his personal identity. This realization became more evident during the extraction of scented essence used in various artworks (Sweet! (2023), liquid love (2021), wear me (2021)). Despite expecting a distinct aroma due to his usually potent scent, the extracted fragrance turned out neither unique nor strong. In fact, the essence sampled from Ahn's creations had a surprisingly light fragrance, resembling an everyday scent rather than meeting any predetermined expectations.
실제로 작가는 자기 작품에 투영된 자신의 모습을 볼 때, 작가 안성환 본인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보편적인 ‘종’으로서의 ‘인간’을 대표하는 상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이러한 점은 여러 작품 (Sweet! (2023), liquid love (2021), wear me (2021))에서 사용된 그의 향 에센스를 추출하면서 오히려 명확해졌다고 한다. 평소 체취가 남들보다 강하게 느껴졌기에 이러한 개성이 명확히 드러나기를 바라며 향을 추출하였으나, 막상 추출된 향은 그리 독특하지도, 강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실제로 필자가 맡아본 작가 안성환 에센스의 향은 기대 혹은 우려(?)와는 달리 매우 연했고, 어디선가 맡아본, 흔히 말하는 살냄새와 비슷한 향이었다.
Sweet! (2023)
Installation,
Ahn Sung Hwan perfume/ PVC liquid tank
7,500 x 6,000 x 3,400 (mm)
Seoul, South Korea/ Platform-L
ⓒ2023 Junyong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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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quid love (2021)
Live performance, Installation,
Soap with Ahn’s essential oil, water
Size variable (2days)
Eindhoven, The Netherlands/ TAC(Temporary Art Centre)
ⓒAlmicheal Fra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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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ar me (2021)
Installation,
15 of dispensers, Perfume with Ahn's essential oil
4,000 x 500 x 500 (mm)
Eindhoven, The Netherlands/ TAC(Temporary Art Centre)
ⓒStudio Ahn Sung H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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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말하는 MZ 세대의 사회적 특징이 그러하듯, 저 또한 태어났을 때부터 나만의 개성을 가지라는 얘기를 들어오며 자라왔던 것 같아요. 많은 아티스트들이 고유한 정체성을 주장하고 그걸 무기 삼아서 작품생활을 하기에 저 또한 항상 강박적으로 ‘나의 것은 뭐지, 나의 고유한 것은 뭐지, 나는 남들과 뭐가 다르지’를 고민하면서 나만의 무기가 뭔지를 생각해 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은 게이가 아닙니다. 아직은 급진적인 페미니스트도 아니고, 지구의 미래를 너무나 걱정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이런 저를 돌아볼수록 오히려 뚜렷한 정체성을 규정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스스로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고 오히려 그 점을 내세워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얼굴이 작품의 전면에 드러남에도 제 개인적인 서사가 녹아 있지 않은 편입니다.”
At first glance, his artworks may seem unique and somewhat exaggerated, but they truly encapsulate the self-expression that everyone has pondered—the existential struggles of individuals navigating modern society. Perhaps that's why, despite his artworks portraying his own appearances, they resonate with many. Ahn Sung Hwan aims “not to incorporate elements from the past that have been overused or to portray uncertain futures into his works, but to capture the present through images and materials drawn from the present,” as he says. His image mirrors the present for all of us living in it. By sacrificing his own 'form,' he might represent us all. Moreover, for him, art isn't merely about creativity; it's a vital means of survival. The expression he uses, calling his own artwork 'survival tools,' feels almost painfully desperate. The artist intends to persist in 'surviving' by continuously 'sacrificing' his image. We eagerly anticipate the artist's next creation, exploring the limitless possibilities offered by OEM services.
얼핏 보면 독특하고, 조금은 과장되어 보이는 그의 작품은 사실 어느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 보았을 자아의 표현, 그리고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한 개인의 존재론적 고민을 담아낸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이 타인의 모습을 띄었음에도 다수의 공감을 끌어내는 게 아닐까. “과거에 반복적으로 언급되어 왔던 것들과 감히 짐작할 수 없는 미래를 작품에 녹이기보다는 현재의 이미지와 재료를 통해 현재를 포착하고자 한다”는 안성환의 말처럼, 그의 이미지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미지다. 어쩌면 그는 자신의 ‘꼴’을 희생시켜 우리 모두를 대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그에게는 작품활동이 그야말로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 되기에, 자신의 작품을 ‘생존도구’이라 일컫는 그의 표현은 처절하게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작가는 앞으로도 자신의 모습을 ‘희생’시키며 ‘생존’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OEM 서비스를 이용하여 앞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다는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Jan 2024]
Artist
Ahn Sung H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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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n Sung Hwan's primary focus is on survival. He explores what survival strategies might be for individuals in the contemporary era, overwhelmed by digitized capital, globalized politics, and a consumer culture dominated by the masses. He experiments with mediums such as eventful live performances, multimedia installations, and props to comedicize the timeless human desire for survival, but also contemporary anxieties, violence, and primal brutality, transcending eras.
Ahn Sung Hwan's primary focus is on survival. He explores what survival strategies might be for individuals in the contemporary era, overwhelmed by digitized capital, globalized politics, and a consumer culture dominated by the masses. He experiments with mediums such as eventful live performances, multimedia installations, and props to comedicize the timeless human desire for survival, but also contemporary anxieties, violence, and primal brutality, transcending er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