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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4


English  /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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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트리 섬


강민숙

2018©Minsook Kang

     매년 크리스마스 연휴 시즌이 되면 ‘크리스마스 트리 섬’이 생각난다.


    2015년 겨울, 네덜란드에 사는 친구의 집에 머물며 해외에서 첫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내게 되었다. 당시 크리스마스 연휴가 가까워질수록 거리마다 상점마다 크리스마스 준비에 분주해 보였다. 특히 예쁜 트리를 사서 집 안을 장식하면 네덜란드 사람들이 말하는 ‘흐젤라(Gezellig)”한 분위기를 느끼기에 충분해 보였다.


2016©Minsook Kang


    2016년 1월 1일 새해, 밤새 들린 어마어마한 폭죽 소리와 함께 집안을 따뜻하게 장식해주던 크리스마스트리들이 거리에 처참히 버려지는 낯선 풍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쌓여가는 트리들은 마치 시체 혹은 한국에서 보던 무덤처럼 느껴졌다. 어느 날부터인가 길을 가다 최대한 뿌리가 살아있는 트리를 발견할 때마다 하나둘씩 주워 친구의 커뮤니티 가든에 옮겨 심게 되었다. 이렇게 2016년 초, 총 여섯 그루의 트리를 구하고 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2016©Minsook Kang

   
    이후 2016년 8월, 네덜란드에서 석사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네덜란드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친구의 커뮤니티 가든으로부터 트리를 다른 곳으로 옮겨주길 바란다는 예상치 못한 이메일을 받게 되었다. 친구는 정확히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지만, 우리가 옮겨 심은 트리가 보기에 그리 좋지 않아서 일 것으로 추측했다. 이후 나는 가든에 심어 놓았던 트리를 다시 옮겨 심을 만한 공간을 찾아보았지만, 공식적인 허가를 받고 트리를 심을 수 있는 마땅한 곳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별다른 대안 없이 당시 살던 집 앞에 트리들의 임시거처를 마련하게 되었고, 2017년 새해가 되자마자 버려지는 트리를 로테르담과 헤이그 두 도시에서 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2017©Minsook Kang

    집 앞에 놓인 트리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졌고 이웃들의 보행에 방해가 되었다. 트리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일을 더는 미룰 수가 없었다. 어느 날 문득 작은 섬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곳은 날씨가 좋을 때면 친구의 배를 타고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가곤 했던 아주 작은 섬이다. 2017년 10월 18일,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친구와 나는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트리 세 그루를 친구의 배에 싣고 가 작은 섬을 불법 점령하게 된다. 그리고 나는 이 섬을 ‘크리스마스 트리 섬’이라 이름 지었다.



2017©Minsook Kang


    이처럼 나의 작업은 생산, 판매 및 소비에 중점을 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침묵과 고독 속에서 죽어가는 무가치해 보이는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무엇보다 작은 제스처(micro political gesture)를 통해 그들의 가치를 회복하고 되찾고자 한다. 우리가 스쳐 지나기 쉬운 이러한 현상에 대한 감각을 깨우기 위해 비디오 도큐멘테이션, 설치 및 출판물 등을 만들고 있으며 현재 이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에서 2022년 여름경 소규모 관객과 함께 이 섬을 방문하는 워킹 투어를 준비하고 있다.






Writer

Minsook Kang    
    Minsook Kang is an artist living and working between South Korea and The Netherlands. She has shown her work in numerous installation and video exhibitions, including SongEun Art Cube, archive bomm, Space CAN, Seoul International New Media Festival (NeMaf), Insa Art Space, Gyeonggi Creation Center (GCC), and Museum of Art at Seoul National University (MOA). Since moving to the Netherlands in 2016, she has engaged in daily actions, storytelling performances, video documentations and publications based on her long-term research. Her work has been exhibited at The Balcony, Het Nutshuis, Stroom Den Haag, Research Center for Material Culture (RCMC), Quartair, Hospitalfield Arts, and Zaal 3.

강민숙
    강민숙은 한국과 네덜란드를 오가며 활동하는 작가이다. 그동안 송은 아트큐브, 아카이브 봄, 스페이스 캔, 서울 국제 뉴미디어 페스티벌(NeMaf), 인사미술공간, 경기창작센터(GCC), 서울대학교 미술관(MoA) 등 다수의 설치 및 영상 작품을 선보여 왔다. 2016년 네덜란드로 이주한 이후 장기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데일리 액션, 스토리텔링 퍼포먼스, 비디오 도큐멘테이션, 출판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그녀의 작품은 Het Nutshuis, Stroom Den Haag, RCMC(Research Center for Material Culture), Quartair, Hospitalfield Arts 및 Zaal3에서 전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