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us      I       Editions       I      Interview  
︎ Prev       Index︎       Next ︎

NO. 5


︎
Life in International Marriages

English  Korean  
결혼은 인륜지대사라 한다. 제각기 다른 성장 배경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나 가정을 이루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물며 한 나라에서 나고 자란 두 사람 사이에도 차이점이 많은데, 국제결혼의 경우는 더 좁혀나가야 할 간극이 크지 않을까. 국제결혼이란 사안에 따라오는 문제들은 많겠지만, 그중에 하나는 어느 나라에서 사는가 하는 문제가 있을 것이다.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비단 부부의 일 뿐만이 아니라 사회와 공동체가 함께 해나가는 일이기에, 부부의 두 나라 중 어느 나라에서 정착하는지의 문제는 신중한 선택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배우자를 따라 한국에서, 그리고 네덜란드에서 지내고 있는 두 여성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익명
︎︎︎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 15년째 사는 일본인입니다. 한국에서 남편과 함께 아이들을 키우며 지내고 있습니다.
 

︎ 은주
︎︎︎ 이름은 지은주 만 40세, 아직은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고 이곳에 정착한 지 14년이 지났네요. 한 번도 외국에서 살아갈 것으로 생각해 본적 없지만, 여전히 사랑스러운 한 네덜란드 남자를 만나 이곳에 정착하게 되었고, 지금은 도움이 많이 필요한 나이의 두 아이 옆에서 매일매일 조금씩 더 엄마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Photo by 은주


2. 현재 살고 계신 나라에는 어떤 이유로 살 게 되셨나요?

︎ 익명
︎︎︎ 저는 한국인 남편을 만나 결혼하게 되어 한국에 살 게 되었습니다. 

︎ 은주
︎︎︎ 저 역시 이탈리아 출장에서 만난 네덜란드 사람과 친구에서 연인으로, 결혼에 이르도록 열심히 사랑한 결과이지요. 그의 배경이 네덜란드였고, 결혼 당시에 그가 아직 대학생이었던 터라 네덜란드에서 살아야만 하는 상황이었어요. 또 앞으로의 미래를 그려보았을 때, 나의 배경을 바꾸는 편이 함께 삶을 시작하기에 조금 더 쉽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3. 지금 거주하고 계신 나라에서 얼마나 더 지내실 계획인가요?

︎ 익명
︎︎︎지금 남편이 한국에서 일하고 있어서 아직 다른 나라로 옮길 계획은 없습니다. 아마 남편의 업무에 변화가 생기거나 아이들이 자라며 교육 사정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면 다른 나라로 이주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 은주
︎︎︎ 우리가 가지고 있는 미래 계획에 큰 변화가 없다면 아마 네덜란드를 떠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누리고 있는 교육의 혜택이 저 자신이 경험했던 것과 매우 달라서, (물론 모든 것이 장단점이 있겠지만 말입니다), 아이들을 생각하면 더더욱 터전을 바꾸는 일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되곤 합니다.


4. 지금 살고 계신 나라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꼽아본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 익명
︎︎︎ 한국에는 한국어 교실을 비롯하여 요리 수업 같은 취미 교실이나 다양한 이벤트 등 다문화 가정을 위한 프로그램이 생각보다 많이 제공되는 편입니다. 이런 프로그램은 제가 외국인으로서 한국 생활을 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고요. 딱히 싫은 점은 없는데, 가끔 한국은 시간관념이 약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모두가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약속 시각을 잘 안 지키는 경우를 종종 보았는데, 이게 한국인의 특성인가 생각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 은주
︎︎︎ 네덜란드의 경우에는 스스로 하는 선택을 존중해 주는 사회 분위기가 무엇보다 매력적입니다. 자신의 선택에 따르는 결과에 대한 무거운 책임 역시 자신의 것임을 자연스레 배우게 된다고 해야 할까요. "그럴 수 있어.", "모든 사람은 다른 선택을 한다"라는 생각, 상대방의 선택이 나와 다르더라도 개인이나 사회의 잣대를 가져다 대는 일에 매우 조심스러워 하는 사회 분위기는 언젠가는 꼭 나의 것으로 만들고 싶은 부분이에요. 힘든 부분은 대부분의 한국 분들이 느끼시겠지만, 이들의 융통성 없음과 복장 터지게 하는 느린 속도가 아닐까요. 저만 성격이 급해 그런 건 아니겠지요. :)


5. 국제결혼의 가장 좋은 점과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 익명
︎︎︎ 국제결혼의 좋은 점은 많지만, 아무래도 아이들이 양국을 오가며 지내다 보니, 두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는 점을 꼽고 싶습니다. 하지만 남편과 제가 자라 온 문화가 다르다 보니 사고방식의 차이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국제결혼의 힘든 점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아무리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인데도 한국과 일본은 문화와 관습이 서로 다르더라고요. 가끔 한 번씩 문화의 차이로 인해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기 힘들 때가 있습니다. 또한 아무래도 모국어가 다르다 보니 가끔 서로에게 언어의 벽을 느낄 때가 있다는 점도 국제결혼의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 은주
︎︎︎ 세상의 모든 관계가 그러하듯, 소통은 상대방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부부라는 관계에서는 더더욱 그러하죠. 서로 너무나 다른 가정에서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났으니 말이에요. 그리고 차이를 인정하는 과정은 정말 어려운 것이고요. 그런데 국제결혼을 한 사람들은 생김부터 생활, 언어 습관 모든 것에서 공통점을 찾아내는 것이 어쩌면 더 어려울 일인인지도 몰라요. 가끔 부딪힐 일이 생겨도, 우리는 너무나 다르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는 전제조건이 항상 있으니 오히려 소통을 시작하는 일에 조금 더 부드러울 수 있죠. 반면에 뭔가 해소되지 않는 것을 느낄 때면 이렇게 다르다는 점이 참 아쉬워요. 소통의 방식 중의 하나인 공유라는 측면에서 항상 채워지지 않는 부족함이 있죠. 설명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그런 것들 있잖아요. 자라온 문화에서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느낌들. 그런 것은 쉽게 좁혀지지 않죠. 개그 프로나 드라마를 보고 함께 즐긴다거나, 발라드 가사를 들으며 흠뻑 빠진다거나 그런 것들이요.


6. 혹시 시댁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있나요?  

︎ 익명
︎︎︎ 아무래도 문화적인 차이도 있다 보니 시댁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가 아예 없지는 않죠. 하지만 많은 편은 아니고 가끔 힘들었을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시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의무적으로 자주 해야 한다는 점이 처음엔 조금 힘들었습니다. 이제는 잘 안 그러시지만, 예전에는 가끔 시부모님이 연락 없이 집에 찾아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익숙해지기도 했고,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어서 예전만큼 힘들지는 않습니다.

︎ 은주
︎︎︎저는 감사하게도 사랑스러운 시댁 식구들을 만났어요. 흔히 이야기하는 "시"자 스트레스가 있다기보다는 가족들과의 대화를 따라가기 위해서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하는 것이 더 힘들어요. 외국어 스트레스라고 해야 할까요.


7. 배우자분 께서 타국에 나와 생활하고 있는 본인의 상황을 이해하는 편인가요? 

︎ 익명
︎︎︎ 남편은 저를 잘 이해해주는 편인 것 같아요. 지금 한국에서 가정을 꾸려 살고 있지만, 외국인인 저를 위해 일 년에 한두 번 정도는 일본에 가서 한 달 이상 지내고 있습니다.

︎ 은주
︎︎︎ 상당히 많은 부분 이해해주고 위로해주는 편이에요. 한국의 가족들과 열심히 카카오톡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명절 인사를 챙기고 하는 일에 매우 열심이죠.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서 다른 부모들을 만나게 되다 보니 그들과 소통하거나 이해하는 일들에 아무래도 막막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남편이 매우 객관적인 시각으로 설명도 해주고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하죠. 하지만 그 모든 노력이 외국인이기 때문에 혹은 타지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사람에 대한 이해와 관심, 사랑이겠죠.


8. 자녀를 양육하는 데 있어서 어떤 문화가 주를 이루나요? 두 나라의 서로 다른 문화를 함께 교육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 익명
︎︎︎ 저희 아이들은 한국에서 한국 학교에 다니면서 한국어와 일본어를 함께 배우고 있습니다. 어느 한 나라에 치우치지 않고 최대한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문화와 관습을 동등한 관점에서 이해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또 매년 한두 번 정도 한 달 이상 지내며 일본 학교에 다니며 일본의 문화도 지속해서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 은주
︎︎︎저 역시 양쪽 모두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쪽 문화만을 강요하는 교육은 타당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고 생각해요. 또 문화라는 건 가르침이 아니라 흐름이라 함이 더 맞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두 사람 사이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이들에게 억지스럽지 않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학교에 간 이후에는 더더욱 네덜란드 문화에 장시간 노출되게 되니, (특히 언어) 아무래도 이곳에서 사는 한 네덜란드의 문화에 더 많이 익숙해 지겠죠. 그것이 아이들에게도 편할 거고요. 하지만 집에서 접하는 한국어나 한국식 예절, 음식 같은 것들은 또 가정의 문화이니 그 역시 아이들에게 자연스레 스며들 거라 믿어요.


9. 배우자와 깊은 대화나 열띤 토론을 할 때 주로 어떤 언어를 사용하시나요?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 적이 있으신가요?

︎ 익명
︎︎︎ 남편이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어서 집에서는 주로 일본어로 대화할 때가 많아요. 제가 아직 한국어로 어려운 내용을 전달 하는 게 조금 힘들다 보니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할 때는 주로 일본어로 하고 있어요. 

︎ 은주
︎︎︎언제나 우리의 대화에는 네덜란드어, 영어, 한국어가 다 나오죠. 초반에는 언어의 벽을 실감하기도 했는데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언어 실력이 늘고 보니, 감정의 틀어짐은 꼭 모든 언어가 완벽해야만 해결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간단한 언어로라도 서로에게 솔직해지고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는 일에 진심을 기울이면 웬만한 일은 다 해결되더라고요.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요. 서로가 이제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언어라는 도구가 꼭 필요하지 않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