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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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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outside the big cities

English  / Korean  
네덜란드에 살고 있다 하면, 백 명에 아흔아홉 명은 나에게 암스테르담에 대해 묻는다. 나는 한국에서 왔다 하면, 열 명에 아홉 명은 서울에서 왔는지 물어본다. 어찌 보면 당연한 질문일 수 있지만,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 질문이기도 하다. 국가 간의 장벽도 없어지는 시대에 대도시에서만 외국인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옛날이야기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대다수의 외국인은 대도시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서울에서 벗어나 광주에서 공부하는 Ines씨와 네덜란드의 덴 보쉬라는 소도시에 사는 최승연 씨는 비교적 느린 호흡과 여유로움을 즐기며 만족스러운 생활을 지내고 있다. 시골이라는 단어까지는 어울리지 않지만, 빽빽하게 늘어선 차와 관광객, 다양한 샵과 카페들로 꽉 찬 거리와는 조금은 먼 그들의 삶을 엿보고, 다양한 의견을 나누어보았다.

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Ines  
︎︎︎ 저는 스페인 남부의 작은 도시, Ubeda에서 온 Ines이고 만으로 34살, 한국 나이로는 35살입니다. 10년 전 석사 과정을 위해 한국에 온 후 지금까지 한국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서울과 그 근교에 살다가 몇 년 전 전남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밟기 위해 광주로 이사를 왔습니다. 현재 이민과 디아스포라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며, 아르바이트하며 열심히 논문을 쓰고 있습니다.


Photos by Ines

︎ 승연 
︎︎︎ 이름은 최승연, 별명은 ‘옐로우덕(Yellow Duck)’입니다. 1973년 한국 태생으로 50살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연극 무대 디자이너로 일했으나 네덜란드인 남편과 함께 2009년부터 여행을 시작한 이후 노마드로 살고 있습니다. 작년 코로나로 인해 여행을 중단하게 된 이후 네덜란드에서 1년을 보내며, 노마드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만 8살 딸아이의 엄마이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등 창작 활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Photos by 승연


2. 어떤 계기를 통해 한국이나 네덜란드에 살게 되었나요? 그 나라를 선호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Ines  
︎︎︎ 처음에 석사과정 교환학생을 한국에 오게 되었을 때부터 한국이라는 나라에 빠지게 되었어요. 근데 그 이상으로, 어떤 연결고리를 느꼈다고 할까요. 한국이 제 고향처럼 느껴졌어요.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로 했고, 그렇게 한국학 학위를 시작하게 되었죠. 그때 이후로 제가 한 모든 결정은 모두 한국에서 더 살 수 있을지의 여부에 따르게 되었습니다. 십 년이 지난 지금은 한국이 아닌 다른 어느 곳에서의 저를 상상하는 게 깨나 어려워졌어요. 물론 한국이란 곳이 완벽한 곳도 아니고, 어려움이 뒤따르지만, 저에게 한국은 정착할만한 좋은 장소로 느껴져요. 저는 한국인 특유의 연대와 소속감, 그리고 국가의 성장을 바라는 국민들의 바람을 높이 사는 편입니다.



Photos by Ines

︎승연
︎︎︎ 제 경우에는 제 남편이 네덜란드인인 것이 네덜란드에 살 게 된 가장 큰 이유일 것 같습니다. 사실, 여행을 계속했던 저희에겐 굳이 네덜란드로 올 이유는 없었으나 코로나로 인해 여행길이 막힌 상황에서 네덜란드로 오는 것이 최선이었습니다. 게다가 당시 한국의 비자 상황이 바뀌는 바람에 남편의 한국 입국이 어려워져 한국행은 힘들었습니다. 오히려 코로나를 기회 삼아 네덜란드란 나라에서 저희의 예술 활동을 펼치고 싶은 욕심도 생겼습니다.



Photos by 승연


3. 현재 거주하고 있는 나라에는 앞으로 몇 년을 머무를 계획인가요?

︎ Ines
︎︎︎ 한국에서 얼마나 오래 머물 것인지를 결정해 본 적은 없네요. 박사를 마무리하고 여기서 정규직 자리를 찾고 싶은데 분명 힘들 것이란 건 알아요. 제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석사를 마치려면 한 2년 정도 살겠거니 했었는데 저도 제가 지금 이렇게 십 년이나 한국에서 살 게 될 줄은 몰랐죠. 지금은 여타 다른 나라, 심지어 제 모국인 스페인에서조차 다시 제 인생을 시작하는 저 자신을 상상하기란 정말 어려워졌어요. 저는 가능한 한 한국에서 오래 살고 싶어요. 그러나 외국인으로서 앞으로의 거취를 미리 알거나 계획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Photos by Ines

︎승연
︎︎︎ 아직 정해진 계획은 없습니다.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면 언제든 정리하고 떠날 수 있습니다.



4. 각자 사는 나라의 가장 좋은 점과 가장 나쁜 점을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 Ines
︎︎︎ 저는 한국의 모든 것들이 참 빠르고 효율적으로 돌아간다는 게 마음에 들어요. 어떤 행정적인 일을 처리하는 데에 하루가 채 걸리지 않죠. 그러나 스페인에서 행정업무를 본다는 건 참으로 사람을 힘들게 해요. 한국은 모든 게 매우 편리하고 사람들도 효율적이에요. 밖에 나가지 않고도 온라인으로 웬만한 건 다 할 수 있죠. 반면 학업과 직장에서 한국인들이 겪는 압박감과 스트레스는 싫은 점이긴 해요. 그런 과도한 스트레스는 한국인들이 삶의 소소한 부분들을 즐기기 힘들게 하는 것 같아요.


Photos by Ines

︎승연
︎︎︎ 네덜란드에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이 많다는 점이 좋습니다. ‘키즈 카페’ 같은 인위적인 실내 공간이 아닌 놀이터, 공원, 녹색 지대 등 몸으로 놀 수 있는 야외 공간이 곳곳에 있어 좋습니다. 싫어하는 점은 (물론) 변덕스러운 날씨와 자전거를 타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제가 키가 작아서 제게 맞는 자전거를 찾기가 어렵고 자전거 타기도 어렵습니다.


Photos by 승연


5. 큰 도시, 또는 수도가 아닌 곳에 살면서 느끼는 장점은 무엇이 있나요?

︎ Ines
︎︎︎ 저는 대도시가 아닌 곳이라면 거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어요. 광주로 이사 오기 전까지는 서울에 살면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지냈었는지 크게 자각하지 못했었어요. 광주의 삶은 무척 평화롭습니다. 할 거리가 많이 없어 그럴수도 있지만, 광주에서는 모든 것들을 좀 더 여유롭게 즐길 수 있어요. 사람들도 더 친절하고요. 아마 생활 리듬이 서울에 사는 사람들보다는 좀 더 여유로우니, 사람들이 마음에 여유가 더 많이 있는 것 같아요.


Photos by Ines

︎승연
︎︎︎ 작은 도시는 복잡하지 않아서 외출할 때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습니다. 기분 탓일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 사람들이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여유가 있어 보입니다. 따뜻함을 더 느낄 수 있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자전거로 10분 정도만 달려도 바로 ‘시골’이라 느낄 수 있는 자연을 만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지루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전 이 여유가 좋습니다.


Photos by 승연


6. 그럼 반대로, 불편한 점이나 단점도 있을까요?

︎ Ines
︎︎︎ 대중교통을 이용한 다른 도시로의 접근성은 불편한 점이에요. 광주는 그래도 서울과 교통 면에서 연결이 잘 되어있긴 하지만, 서울 외의 타 도시에 접근하기는 좀 어려워요. 그 외에는.... 음, 광주광역시는 그렇게 작은 도시가 아니라 딱히 불편하다고 느껴본 적은 없어요. 여기서도 온라인 쇼핑이 잘 되고요. 현재 사는 집으로 이사 왔을 때 제가 필요한 모든 것들을 서울 근처 대형 가게에서 구매해서 아무 문제 없이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배송을 시켰었어요.


Photos by Ines

︎승연
︎︎︎ 흥미로운 문화 예술 이벤트가 대도시에 몰려있을 때 살짝 아쉬움을 느끼지만 그게 큰 불편함으로 다가오진 않습니다. 미리 계획해서 다녀오면 된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네요. 기차 타는 걸 좋아해서 대도시에 다녀오는 게 재미난 소풍 같은 하나의 이벤트가 되기도 합니다.


7. 외국인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지금 거주하시는 지역의 명소나 나만이 아는 장소를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 Ines
︎︎︎ 지난여름, 강가 옆에 있는 ‘동가리 계곡’에 갔었어요. 수영도 할 수 있는 계곡이었는데, 저와 제 친구들이 갔을 때 외국인은 하나도 없었어요. 앉아서 간단하게 피크닉을 즐길 수도 있고 여러 종류의 김치와 백숙을 파는 식당도 있었어요.



Photos by Ines

︎승연
︎︎︎ 제가 사는 덴 보쉬라는 도시에는 가축 사료를 만들던 공장을 개조해 도심 내 해변(beach)으로 만든 Costa Del Silo라는 공간이 있습니다. 대형 사일로엔 멋진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고 주변의 공장은 다양한 문화 행사를 기획하는 아트 공간으로 개조되어 최근, 이른바 ‘힙’한 곳으로 떠오르고 있는 곳입니다.
 


8. 만약 이사하게 된다면, 어떤 도시로 가보고 싶으신가요?

︎ Ines
︎︎︎ 만약 이사하게 된다면, 해변 근처에 살아보고 싶어요. 여수, 제주도, 울산이나 속초 같은 도시요. 전 바다를 좋아해요. 스페인에서도 해안가 근처에 오래 살았었어요. 때론 해변으로 산책을 하러 가서 바닷바람도 즐길 수 있는 그런 곳이었어요. 가끔 그곳이 그립긴 해요. 한국은 큰 나라도 아니니 여행을 다니면 되지 않냐고 하는 분들도 계실 텐데, 한편으론 제시간을 내는 게 쉽지 않아요. 여가가 생기면 결국에는 여러 일을 처리하는 데 쓰게 되더라고요.


Photos by Ines

︎승연
︎︎︎ 이번 여름에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는 대신 Haarlem, Leiden, Deventer, Maastricht, Arnhem, Gouda 등 네덜란드의 다른 여러 도시를 둘러보았습니다. 모두 아름답고 매력적인 도시들이었지만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역시 지금 사는 이 이 최고야.’라고 생각했던 걸 보면 딱히 다른 도시로 가고 싶은 생각은 없네요. 굳이 옮겨야 한다면, 제 딸아이가 제일 좋아했던 Deventer가 될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로 간다면 포르투갈의 리스본(Lisbon)을 꼽겠습니다.


Photos by 승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