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us      I       Editions       I      Interview  
︎ Prev       Index︎       Next ︎

NO. 4 


︎
I my me mine myself Bapsoonie I 굳세어라 밥순아

Haemin Lee I 이해민



Illustration by Haemin Lee

    Since last winter, I have suffered from bad skin problems. They were over my face then over my hands, but I couldn't identify the cause of this problem. With nothing to lose, I decided to attempt folk remedies. I came across the advice of Dr.Internet to avoid foods made of flour or containing much fat if you have a skin immune disease. For 3 months, I lived as a strict vegan, and I could experience an improvement in my condition. Ever since I avoided wheat for health reasons, I became obsessed with rice more than when I lived in Korea, even though I’ve been living in the Netherlands. Avoiding wheat might sound quite harsh, but for me, it wasn’t much of a problem. Of course not; I used to be a real Bapsoonie anyways.

    In the Autumn of my second year of middle school, I went on a school field trip to 63-building in Seoul. As teenagers, we were all energized and looking forward to the trip to be on our own without our parents. For those ages, it was exciting enough just to see each other outside rather than at school. The field trip was soon accepted as a picnic, and the appointed meeting place and time became useless because of the friends who could not hide their joy and radiate energy from all directions. In the midst of a long wait under the hot autumn sky, when we were getting tired of the irresponsible individual actions of our friends, we finally had a long-desired lunch break.

    Many of my friends wanted to go to a fast-food restaurant, but I didn’t want a hamburger set for lunch. Since I was young, I have preferred Korean cuisine; rice over flour; and rice, soup, fish over pizza, or spaghetti. However, as a young student, my social life often involved going out to a fast-food chain where my friends and I could order a burger set and have a chat with each other. Doing this at least 3 times per week eventually gave me some bad food poisoning experiences, and since then, I was determined to have quality meals like an older adult.

    I was hoping to have rice during this field trip, but all my other friends opted for a burger set. Normally, I would have joined my friends reluctantly. But a plastic model of “Yusanseul Deopbap (Korean-Chinese stir-fried dish of seafood and vegetables served with rice)” from a Chinese restaurant caught my eyes. Before I knew it, I had already started imagining the taste of “Yusanseul Deopbap,” and I was on my way to enjoying lunch on my own.

    Although this meant that I had to eat alone, I was famished, and enjoying the “Yusanseul Deopbap” was the only thought that came to my mind. As I became excited after ordering, one of my friends entered the restaurant and ordered the same dish as mine. It was both interesting and pleasing to see her making a great choice. I thought to myself, ‘what an old taste’ and chuckled at the peculiar appetite of this friend. From this day, we had developed a stronger friendship.

    In retrospect, this episode related to “Yusanseul Deopbap” might not seem like a big deal, but there aren’t any other episodes that show my 'Bapsoonie' side so well, like this one. Above all, for such an age, where having relationships with friends is the most important thing universally, it would not have been easy to decide to eat Yusanseul Deopbap alone, leaving all friends behind. Perhaps that’s why I could feel more solidarity and become closer to the friend who made the same decisions as me and has the same tastes. I wonder if my old friend is doing well. Even now, a smile comes to my face whenever I think of the Yusanseul Deopbap and the 63-Building, the keywords of our middle school memories. It was a pleasant recollection of Bapsoonie, probably one of the most Bapsoonie you might know, whose life without flour is not that difficult even when living abroad.




[July, 2021]
    지난겨울부터 아주 혹독한 피부질환을 앓았다. 얼굴부터 시작해서 손까지 이어진 갑작스러운 피부발진에 대한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이것 때문에 매일 밤 약을 바르고, 병원을 들락날락하길 반복하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몸에 좋은 민간요법을 찾아 시도해보기로 했다. 아토피 같은 피부 면역질환의 경우 밀가루나 기름진 음식을 피하는 게 좋다는 인터넷 박사님의 말을 듣고 3개월 정도 채식 위주의 생활을 하다 보니 증세가 호전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건강상의 이유로 밀가루를 피하다 보니 네덜란드에 살면서도 한국에 살 때 보다 더 밥에 집착하게 되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할 만 했다. 맞다, 나 원래 진성 밥순이였지.


    때는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될 무렵 학년 전체가 서울 63빌딩으로 현장학습을 간 적이 있다. 소위 중2병이라고 불리는 거침없는 시기를 보내고 있는 학생들이 선생님의 통제에 쉽게 따라오겠는가… 그렇다. 모처럼 학교가 아니라 밖에서 친구들을 본다는 이유만으로 신나는 일이었다. 현장학습의 의미는 곧 나들이로 받아들여졌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사방팔방 에너지를 뿜어내는 여러 친구들 탓에 약속장소와 시간은 무의미해져만 갔다. 뜨거운 가을 하늘 아래 길어지는 기다림 속에서 친구들의 무책임한 개인행동에 지쳐갈 때쯤 드디어 반가운 점심시간을 맞이했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그 나이에 걸맞게 패스트 푸드점에 가고 싶어 했지만 나는 제발 햄버거만은 피하고 싶었다. 어려서부터 나는 한식 파였다. 밀가루보다는 쌀을, 피자나 스파게티보다는 밥과 국, 생선을 가리는 것 없이 좋아했다. 하지만 학생의 신분으로서 나름의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일주일에 적어도 세 번 이상은 꼭 학원 근처 패스트 푸드점에서 햄버거를 먹는 생활이 반복되었다. 그곳에선 여타 다른 분식점보다 친구들과 여유롭게 수다를 떨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기름진 음식이 몸에 부담이 갔는지 장염을 혹독하게 앓기도 했다. 그때부터 였을까, 애늙은이처럼 앞으로는 꼭 제대로 된 식사를 하리라는 다짐을 하곤 했다.


    저 현장학습 날도 정확히 말하자면 ‘쌀’을 먹고 싶었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살지 않나. 하지만 다들 햄버거를 먹겠단다… 보통 때 같으면 나도 친구들과 같이 햄버거를 먹었을 테지만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가를 둘러보던 차에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모형으로 만들어진 어느 중국집의 유산슬 덮밥이었다. “아! 바로 저거다!” 유산슬 덮밥의 맛을 상상해 버렸을 때, 나는 이미 나의 길을 가고 있었다. 그렇게 쿨하게 '혼밥'을 선택했다.


    너무 설렜다. 혼밥이라니…흐흐흐. 배가 등가죽에 붙어버릴 것만 같아서 요즘 말하는 혼밥이라는 의미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오로지 유산슬 덮밥을 맛있게 먹어 치워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주문을 마치고 먹을 생각에 들떠있을 찰나에 마침 친구 무리 중 한 명이 식당 입구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그 친구도 내가 시킨 유산슬 덮밥을 주문했다. 친구의 탁월한 메뉴 선택에 ‘저 친구도 먹을 줄 아네!’라며 속으로 참 흐뭇했다. 동시에 신기함도 느꼈다. 나처럼 나이에 맞지 않는 식성을 가진 이 친구는 뭐지? 싶으면서도 패스트푸드를 마다하고 유산슬 덮밥을 먹으러 온 친구의 심상치 않은 취향에 웃음이 났다. 그날 우리 둘은 정말이지 유산슬 덮밥에 진심이었다. 유산슬 덮밥에 들어간 여러 가지 재료의 영양가만큼 우리의 우정도 깊어졌다. 그리고 이날을 계기로 우리는 급속도로 친해졌다.


    돌이켜보면 유산슬 덮밥에 얽힌 에피소드는 생각보다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처럼 내 ‘밥순이’적인 면모를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도 없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친구들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할 중학생 시절의 내가 친구들을 뒤로 한 채 혼자 유산슬 덮밥을 먹을 결정을 하기는 더더욱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와 같은 결정을 하고 같은 취향을 가진 친구와 더욱 연대감을 느끼고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나처럼 애늙은이였던 그 친구가 잘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의 중2 시절의 키워드인 유산슬 덮밥과 63빌딩을 생각하면 지금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이상 해외 살이를 하는 지금도 밀가루를 끊고 지내는 삶이 그다지 힘들지만은 않은, 참 어지간히도 밥에 미친 밥순이의 기분 좋은 회상이었다.




[2021, 7월]



Artist

Haemin Lee
    Haemin is fond of finding meanings in coincidental situations in daily life with much belief in basic human physiological needs i.e. eat well, sleep well, and shit well. The most fundamental and trivial points in the mundane always stimulate her interest, occupying one of her daily routines. Here at Het Ma:dang, she’d be happy to share those with you.

See other articles by this writer...
Vol.01  I Article No.4  I Hi there, it’s me, curfew


이해민
   일상생활에서 우연히 마주하게 되는 상황 속에서 의미를 찾는 사색가인 그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사로운 일과 속에서 일어나는 아주 기본적이고 사소한 포인트들은 그의 흥미를 자극하는 일상생활 루틴 중 하나이다. 햇-마:당에 이런 그의 일상루틴을 공유한다. 


이 작가의 다른 글...
Vol.01 I Article No.4  I 어서 와, 통금은 처음이지?